도입 — 크루즈의 재무제표
세 분 발제 잘 들었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하는 사람이라 조금 다른 자리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위원회가 DSP를 제안한 출발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크루즈의 2022년 재무제표입니다. 매출 1억 달러, 영업손실 24억 달러. 위원회 3차 보고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막대한 자본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한 뒤 택시 영업을 하면 수익이 날까"라고 물었고,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 그 답에서 DSP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DSP는 안전 제도이기 전에 산업전략입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세 분이 충분히 답하셨습니다. 저는 그 기술이 왜 신뢰받는가, 그리고 누가 그 신뢰에 값을 치르는가를 묻겠습니다.
하나 — 기술이 근거를 만든다
참조 — 배현섭 대표 발제 3장
배 대표님 발제에 전자봉인보관소, 법적 증거력 확보, 24시간 무정지가 있습니다. 기술 사양으로 읽으면 성능이지만, 저는 다르게 읽었습니다.
「무인」은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이 차량에서 관제실로, 증거가 증언에서 기록으로 옮겨갔다는 뜻입니다. 유인 운행에서는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증언합니다. 무인 운행에서는 로그가 증언합니다. 그러니 전자봉인보관소는 기술 사양이 아니라 증언의 대체물입니다. 무정지가 필요한 이유도 같습니다 — 관제 공백이 곧 책임 공백이기 때문입니다.
증언은 위증죄로 담보됩니다. 기록은 무엇으로 담보됩니까. 기록의 주체가 곧 배상 책임자인 구조에서는 봉인만으로 부족하고, 제3자가 직접 받는 경로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배 대표님 발제는 이미 그 방향에 있다고 봅니다.
둘 — 제도가 검증한다
참조 — 탁세현 박사 발제 08 의무 재배분 · 배현섭 대표 발제 부록 12장
탁 박사님 발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기존 의무를 단순 삭제하지 않고 실제 통제력을 가진 주체에 다시 배분한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도 전체의 설계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그 원칙을 끝까지 밀면 한 가지가 따라옵니다. 사고 위험의 크기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자율주행시스템의 성능이고, 그 내부를 아는 것은 제작자입니다. 그러면 제작자에게도 의무가 배분되어야 하는데, 표에는 제작자 방향의 의무, 특히 데이터 제공 의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빠지면 제도가 데이터 은닉에 보상하는 구조가 됩니다. 제작자가 데이터를 덜 줄수록 원인 규명이 어려워지고, 규명이 어려울수록 구상이 안 되고, 구상이 안 될수록 제작자 부담이 줄어듭니다. DSP는 통제하지 못하는 위험에 책임을 지게 되고, 보험료가 감당이 안 되어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만 전면 제출 강제는 저항이 큽니다. 제작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데이터의 상실이 아니라 통제의 상실입니다. 답은 이전이 아니라 조건부 접근 — 사용 목적·기간·재공유 금지가 붙은 사용권입니다.
배 대표님 부록의 중국 GB/T 32960은 국가 플랫폼에 실시간 강제 보고하는 중앙집중 모델이고, 유럽은 Data Act와 Catena-X의 연합형 조건부 접근 모델입니다. 한국이 어느 쪽인가 — 이것이 제도 설계의 실질적 선택지입니다.
셋 — 시장이 값을 매긴다
참조 — 탁세현 박사 발제 09 통합 프레임 · 11 수익성 · 김영기 위원장 발제 8장
탁 박사님의 진입·운영·사고·책임 프레임은 규제 사이클로서 완결됩니다. 11장 수익성도 비용 구조와 요금 전략을 잘 정리하셨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로서 하나가 비어 보입니다. 비용은 있는데 수요가 없고, 요금 전략은 있는데 지불 근거가 없습니다. 누가 왜 DSP에 돈을 냅니까.
답은 발제 안에 있습니다. 탁 박사님이 말씀하신 「단일 창구 선보상」이 곧 DSP의 상품입니다. 운송사업자가 DSP를 쓰는 이유는 위험을 넘길 수 있어서입니다.
DSP는 보험사처럼 위험을 인수합니다. 그런데 보험사와 달리 위험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보험사는 사후에 보상하지만 DSP는 관제로 사고를 막습니다. 위험 인수와 감축이 한 주체에 결합된 사업은 경제사에서 드뭅니다. 감축한 만큼이 마진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 설계는 인수는 강제하고, 감축은 제약하고, 회수 경로는 두지 않았습니다. 보험업의 부담은 지되 수익 구조는 갖지 못한 상태입니다.
회수 경로는 이미 있습니다. 사고율이 내려가면 보험료가 내려가고, 그 절감분이 DSP 요금의 상한입니다. 그러면 KPI 공시가 규제 장치이면서 동시에 가격 신호가 됩니다. 안전 성능이 좋은 DSP가 더 받으니, 안전 투자의 유인이 규제 준수가 아니라 수익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관제 1:5에서 1:30이 비용을 낮추는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위원장님 8장에 Supervised FSD에서 DSP로 이어지는 점선이 있습니다. 유인 차량 관제를 함께 하면 1:수천이 가능하고, DOC 고정비를 나눌 대상이 생깁니다.
넷 — 규제가 구조를 정한다
참조 — 탁세현 박사 발제 01 · 김영기 위원장 발제 18장·19장
탁 박사님 첫 슬라이드 — 미국은 단일 사업자, 중국은 다수 사업자.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규제와 자본 구조의 차이입니다. 시장 구조는 규제가 결정합니다.
김 위원장님 마지막 슬라이드의 GDP density 1위는 자랑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도로가 국토의 5%라는 것은, 인프라 중심 모델이 경제적으로 성립하는 나라가 몇 없고 한국이 그중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 이점을 살릴지 죽일지는 진입 요건이 결정합니다. 이중화·24시간 관제 요건을 그대로 두면 대기업만 남고, 위원장님 18장의 주차장 DSP, 화물 DSP는 그림으로만 남습니다.
두 가지를 제안드립니다. 관제 인프라의 공용과 도매 — 통신의 알뜰폰 모델입니다. 그리고 초기 보험 부재는 공제조합으로 — 여객자동차법에 이미 있는 틀이고, 데이터가 쌓이면 상업보험으로 넘기면 됩니다.
마무리
세 분 발제가 그린 것은 기술 시스템입니다. 저는 그것을 신뢰 시스템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기술이 근거를 만들고, 제도가 검증하고, 시장이 값을 매기고, 규제가 구조를 정합니다. 이 넷 중 하나라도 빠지면 제도는 서류로만 남습니다.
한 문장으로 마치겠습니다. 책임은 비용이 아니라 상품입니다. 제도가 할 일은 그 상품에 값을 매길 시장을 함께 설계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